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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 데리 걸스(Derry Girls)

by 잘나가는 남자 2022.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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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3 아일랜드 버전, 데리 걸스]

10월 7일 자로 시즌3가 공개되면서 완결된 <데리 걸스>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아일랜드판같다는 평을 받는 작품입니다. 1993년 북아일랜드의 한 마을이 배경이 되는데 20세기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영토 및 종교 분쟁을 유머스럽게 녹여낸 것이 특징인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유머 포인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일랜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시트콤의 배경이 되는 90년대 북아일랜드는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 사이에 분쟁이 지속 중인 시기입니다. 이는 종교 갈등이라기 보다도 아일랜드인과 잉글랜드인 사이의 갈등이라고 봐야 적절합니다. 북아일랜드 내 아일랜드인들은 대부분이 가톨릭교도였고, 잉글랜드인들은 대부분 개신교도였는데, 이들은 종교와 출신지 외에도 잉글랜드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잘 살고 정재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많은 측면에서 갈등을 빚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시트콤 내 아일랜드인 등장인물들은 잉글랜드인들을 처음부터 비호감으로 생각하거나 험한 언사로 대하고 '오렌지' 어쩌고라고 부르며 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오렌지'는 영국 명예혁명으로 왕이 된 개신교도 윌리엄 3세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의 이름 Oranje공(오라녜, 오렌지)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유일한 남학생 제임스가 여학교에 등교하게 된 배경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제임스는 본래 데리 출신이나, 어릴 때 엄마를 따라 영국 런던에 가서 쭉 살았던 인물입니다. 때문에 아일랜드 액센트가 아닌 영국식 액센트를 구사하고, 당연히 잉글랜드인임을 숨길 수도 없었습니다. 사촌인 미셸은 이런 제임스가 남학교에 가면 두드려 맞아 정말 죽을 수도 있다며 어른들이 우려해 결국 여학교에 전학 오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시대 배경을 알고나면 과장이 없진 않지만 납득이 가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 소개: 마리아 여학교 5인방]

이 드라마에는 다섯명의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솔직하고 엉뚱한 주인공 에린과, 속을 알 수 없는 사차원 사촌 올라, 매번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미셸, 마리아 여학교의 유일한 남학생 제임스, 귀여운 배신자 클레어로 구성된 마리아 여학교 5인방을 주축으로 어딘가 나사 하나씩은 빠진 것 같은 주변 인물들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끌어갑니다.

 

1) 에린

<데리걸스>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마리아 여학교의 5인방 외에도 에린의 할아버지, 엄마, 아빠, 이모(올라의 엄마)가 같이 극을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화에서 좋아하는 남학생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에린을 평범한 하이틴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착각하기 십상인데 이 드라마에 로맨스는 없다. 목에서 항상 쇳소리가 나며 이상한 표정을 잘 짓는다. 에린의 친구들 혹은 가족들만 엮였다하면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데 그럴 때마다 저런 표정으로 우린 다 망했다고 외친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지만 글 쓰는 것은 적성에 맞는 듯하다.

 

2) 클레어

브리저튼 애청자라면 모두가 다 아는 페넬로페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열연한 캐릭터입니다. 원래도 소심하고 걱정 많은 성격인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미셸과 같이 다니느라 심장이 남아나질 않는다. 귀엽지만 다같이 사고를 치다가 수녀님이나 부모님에게 불려가면 항상 제일 먼저 친구들을 팔아 위기에서 벗어나려 하는 등 간신배같은 면모도 있다. 다섯 명 중에 성적은 가장 좋다.

 

3) 미셸

마리아여학교 5인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사고뭉치이다. 술과 담배,남자를 사랑하며 이 세가지를 끊지 못해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킨다. 시즌1에서는 폭탄주를 만들다가 누군가의 집을 불덩이로 만들고, 시즌2에서는 마약스콘을 어디선가 들고와 장례식장을 초토화시킨다. 입이 거칠고 음담패설에 능하지만, 데리 걸스 5인방에서 없어서는 안될 감초같은 캐릭터이다. 행동이 생각보다 앞서는 편이라 대부분의 사건을 저지르는 당사자이며, 수습은 다섯 명이 다같이 한다.

 

4) 제임스

미셸의 사촌으로 남학교에 갔다가는 잉글랜드인이라 맞아 죽을까봐 마리아 여학교로 전학오게 된 학교의 유일한 남학생이다. 여학생들의 관심은 첫 회를 마지막으로, 그 뒤로는 쭉 잉글랜드 머저리 취급을 받는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인물이 살아나지만, 항상 나머지 4인방에게 구박받고 존재감이 너무 없어 제임스가 없는 자리에서도 다른 친구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기센 여학생들 사이에서 항상 기를 펴지 못하고 지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5인방 중 유일한 남자로써 듬직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5) 올라

에린의 사촌으로 엉뚱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초콜릿을 좋아해서 맨날 입에 초콜릿을 잔뜩 묻히고 다닌다. 항상 상황과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 유치원생 정도의 정신 연령을 보여주지만, 문제상황에서 모두가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제시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알고보면 5인방 중에서 제일 똑똑하다.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는 결말]

<데리 걸스> 시즌3은 드라마의 마지막 시즌인 만큼 화려한 카메오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즌3 1화에는 리암 니슨이 출연하고 2화에는 <빙 휴먼>의 데미안 몰로니가 섹시한 배관공으로 등장했는데, 여기에 첼시 클린턴까지!​

​<데리 걸스>는 시트콤이라는 장르 특성상 과장이 심하고 현실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평범하지 않은 개성 강한 다섯 명의 십 대 아이들이 철없는 행동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캐릭터들도 그냥 봐도 재미있는데요.

행복하고 슬프고 겁 없던 모든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그들의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좌절된 순간에도 빛나는 우정과 청춘,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찬사 같았던 <데리 걸스>. 데리 걸스 시즌3은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없는 이야기로 전개되었지만 마지막 화는 스페셜 에피소드답게 드라마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제 데리 걸스를 더 만날 수 없다니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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