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청춘영화의 감성을 담은 간만의 청춘 로맨스 영화]
2022년 10월 21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20세기 소녀>는 간만에 영화판에 등장한 청춘 로맨스 장르 작품입니다. 한껏 위상이 높아진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 이 영화는 넷플릭스 공개 이후 전 세계 영화 순위 2위까지 올랐던 기록이 있습니다. 방우리 감독의 고향인 청주를 비롯한 원주와 충주를 주요 배경으로 촬영하여 소소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대만 청춘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아련한 영상미와 청량한 등장인물, 추억을 건드리는 배경이 조화를 이루어 따뜻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던 영화입니다.
[줄거리: 21세기의 내가 마주하는 20세기 첫사랑(스포O)]
영화는 주인공 나보라(한효주)가 청불 영화 '정사'테이프를 소포로 받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추억에 잠긴 듯한 보라. 시점은 과거로 이동합니다.
교복집 딸인 연두는 교복을 맞추러 온 한 남학생에게 반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백현진. 연두는 보라에게 자신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현진의 정보를 알려주고 친해지라고 합니다. 보라는 친구를 위해 기꺼이 승낙하고 관찰일지를 이메일로 공유하기로 합니다.
버스에서 현진을 만나게 되고 그의 뒷조사를 시작하는 보라. 현진에게는 단짝 풍운호(변우석)가 있음을 알게 되고 둘과 친해집니다. 보라는 현진이 좋아하는 것과 삐삐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리서치 기관인척 현진의 집에 전화합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운호였고. 현진의 삐삐번호를 알고 싶으면 비디오집 딸내미인 보라에게 영화 '정사' 비디오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정사를 몰래 학교에 가져왔다가 학주에게 걸려 보라는 곤욕을 치루게 됩니다. 테이프를 들고 벌서는 보라의 손에 있던 테이프를 운호는 얄밉게 가져갑니다.
현진의 정보를 더 캐러 방송반에 같이 지원하지만 현진은 면접에서 태권도를 하는 보라를 보고 기권합니다. 방송반엔 현진 대신 운호가 붙었고 보라는 아쉬워합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싸움이 붙은 현진과 운호. 보라는 위기의 순간 태권도를 써서 그들을 구해냅니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일이 생깁니다. 현진이 보라에게 사귀자고 합니다. 보라는 매우 당황하며 현진을 밀어내기 시작합니다.
수학여행을 가게 된 보라네 학교 학생들. 그곳에서도 보라는 현진을 밀어내고 현진은 계속 보라에게 들이댑니다. 취침시간에 몰래 친구들과 술을 마신 보라. 윗방 남자 학생들이 몰래 술을 가지러 간걸 따지러 난동을 부립니다. 학주에게 걸릴 뻔할 보라를 숨겨주는 운호. 좁은 공간에서 둘의 얼굴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수학여행을 계기로 둘이 더욱 친해지게 된 보라와 운호.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보라는 운호에게 영화 데이트를 신청하고, 운호는 그런 보라에게 뽀뽀합니다. 행복한 나날이 시작된 보라는 단짝 연두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이메일도 보냅니다.
연두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옵니다. 보라와 감격의 재회를 하고 현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연두는 운호의 이름을 현진으로 착각했고 운호를 좋아했던 것이죠. 사실 엄마와 동생은 뉴질랜드에 있고 아빠와 한국에 온 운호는 형편도 넉넉하지 않고 급하게 한국으로 와 교복이 없어 현진의 교복을 빌렸습니다. 거기에 적힌 명찰을 보고 연두는 운호를 현진으로 착각했습니다.
친구와 같은 남자를 사랑하게 된 사실에 큰 혼란을 느끼는 보라. 운호의 애정표현도 애써 무시하는 보라를 보며 운호는 당황합니다. 그리고 연두는 연두대로 계속 운호에게 다가가고 있었구요. 결국 보라는 운호에게 좋아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습니다. 그리고 보라 연두 운호 현진은 같이 놀이공원에 갑니다. 보라는 연두 운호를 밀어주려 둘을 남기고 현진과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그때 운호는 연두에게 자기도 롤러코스터 타고 싶다며 현진 대신 보라 옆에 앉습니다. 고소공포증임에도 보라 옆에 탄 운호는 큰 소리로 보라를 좋아한다고 고백합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후 운호는 보라에게 뉴질랜드로 돌아간다고 하고 보라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잘됐다고 합니다. 그동안 현진은 연두에게 보라 운호가 둘이 좋아하는 사이라고 말하고 연두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연두는 자신을 감쪽같이 속였다고 보라에게 화를 냅니다. 보라도 애써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말하지만 둘의 사이는 틀어지게 됩니다. 연두는 집에서 뒤늦게 자신이 미국에 오기전 보라가 운호를 좋아한다고 쓴 이메일을 보며 울고 보라의 진심을 알게 되고, 운호에게 보라가 운호를 많이 좋아한다는 감정을 전달해 줍니다. 운호는 뉴질랜드 떠나기 전날, 보라가 준 정사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테이프를 돌려주고 보라를 보러 보라의 집에 갑니다. 하지만 보라는 동생이 사고를 당해 밤새 병원에 있었고, 운호는 밤새 기다렸지만 보라를 보지 못하고 기차를 타러 떠납니다.
다음날 아침 연두는 보라에게 풀린 자신의 마음을 말해주며 이대로 운호를 보낼거냐며 어서 쫓아가라고 합니다. 기차역에서 결국 만나게 된 보라와 운호. 보라는 자신도 운호를 좋아한다며 고백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운호는 출국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기차 안에서 운호는 오열합니다. 운호가 간지 얼마 안되서는 이메일로 연락했지만 어느 순간 운호의 연락이 뚝 끊깁니다. 보라는 영문도 모른채 운호를 그렇게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가게 됩니다.
시점은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정사 테이프에는 전시회 초청권이 있었고 보라는 전시회로 갑니다. 자신과 운호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보며 감격하는 보라. 그렇지만 사진 한 구석 멘트에는 고인 풍운호를 기린다는 멘트가 써있었습니다. 사실 전시회는 운호의 동생이 연 것이었고 운호는 뉴질랜드를 간지 얼마 안되서 사망했습니다. 보라는 운호가 남긴 테이프에서 젊은 날의 운호가 자신에게 21세기에 보고 싶다는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이기에 더 의미있는 추억]
방우리 감독은 결말의 방향에 대해 시간이 흘러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것과 추억으로 머물게 두는 것 중에 고민했으며, 친구들에게 첫사랑을 다시 만나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현재의 모습으로 첫사랑과 재회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감독 또한 보라와 운호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 좋은 엔딩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결말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또한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죽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 시절의 청춘과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련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다만 첫사랑은 첫이별이기도 한 만큼 미숙하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제대로 된 인사를 하도록 해주고 싶어, 20세기의 학생 모습을 한 운호와 21세기의 성인이 된 보라가 비디오를 통해 마주하는 장면으로 재회를 연출했다고 엔딩의 의미를 밝혔습니다. 운호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지않아 허무하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윤호 죽음의 원인은 배우에게도 알려주지 않고 촬영했다고 밝힌 만큼 이는 열린 결말을 의도한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추억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변질되지 않고 영원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에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20세기 소녀>의 결말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하나쯤은 가슴속에 가지고 있는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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