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라인업과 막대한 제작비를 무기로 나타난 <비상선언>]
2022년 여름,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비상선언>은 <더 킹>이후 5년만에 복귀한 한재림 감독의 연출과 화려한 배우 라인업, 투자, 배급사인 쇼박스 제작 사상 최고 비용 등 화려한 수식어들로 사람들의 기대감을 모은 작품입니다.
'항공재난'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환호와 함께 약 10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홍보자료를 통해 사람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는데요, 2시간 20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과 과도한 신파, 산만한 캐릭터 등으로 인해 시사회 및 개봉 이후 관람객들의 평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난의 서사보다 극복에 초점을 맞춘 <비상선언>]
영화는 정확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비행기를 타고자 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진석(임시완). 자신의 몸속에 무언가를 넣는 모습을 보여주며 수상함은 점점 증폭됩니다. 그가 화장실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재혁(이병헌)의 딸이 목격합니다. 재혁은 딸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인물입니다.
그 시각, 바쁜 일정으로 인해 올해도 가족 여행을 미룬 채 일을 하는 인호(송강호)에게 새로운 사건이 주어집니다. '비행기 테러'를 예고한 어떠한 인물에 대한 신고 때문이었는데요. 어쩐지 찝찝한 마음으로 방문한 현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시체와 마주하고, 수많은 실험 영상들까지 발견하게 됩니다. 그 실험 영상은 쥐들을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것이었고 그의 집에서 발견된 시체 역시 이 바이러스로 인해 살해당한 것이었는데, 문제는 이 실험을 한 인물이 바로 앞서 수상한 모습을 보였던 '진석'인 것입니다.
액상에서 오래가지 못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용해 액체를 얼려서 가루로 만들고, 이를 무언가에 담아 몸속에 숨긴 진석은 계획대로 비행기 화장실에 이 바이러스를 뿌렸고, 나오면서 곧바로 아까 만났던 재혁의 딸 수민(김보민)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러나 화장실이 급했던 다른 사람이 아이를 밀치며 들어갔고, 이에 진석은 섬뜩하게 웃으며 수민에게 "운 좋다"는 말을 건네며 떠납니다.
진석의 목적은 단 한 가지입니다. 마치 자신이 실험을 하던 쥐들처럼, 한 명도 빠짐없이 이 공간에 갇혀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며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는 것이 그가 테러를 벌인 이유였습니다. 자신은 살기 위해 이 비행기를 탄 것이 아니라며 진석은 자살하고, 이러한 상황을 침착하게 정리해 보려던 부기장 현수(김남길)가 조종실을 떠나있던 사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기장이 사망하면서 비행기가 아래로 추락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이전에 실력이 뛰어난 파일럿이었던 재혁은 비행기 추락을 막아내면서 비행기 자체에는 안정이 찾아오지만, 사람들 사이에 느껴지는 공포감은 더욱 심해집니다. 연료는 고갈되고 비행기가 착륙해야 사람들에게 어떠한 조치가 취해질 텐데, 이들이 탄 비행기를 받아주는 곳은 그 어디도 없습니다. 회항을 해서 한국까지 가기에는 연료가 부족하고, 비행기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미 알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받아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 시각 지상에서는 범인인 류진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그가 퍼트린 바이러스의 출처를 파악하게 됩니다. 또한 과거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고, 그때의 생존자에게 바이러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를 통해 항바이러스제도 찾았고 착륙 이후 감염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나 현수의 상태가 점점 나빠졌고, 재혁은 이전의 트라우마로 제대로 비행기를 조종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비상선언을 선포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선포에도 불구하고 일본 또한 이 비행기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한국이었는데 이때 서울에서도 이들을 받아주지 말자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었죠. 혹시라도 이들이 감염된 바이러스가 변형된 것이라면 항바이러스제가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더 큰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반대했던 것입니다. 결국 인호는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 자신이 직접 바이러스를 투여한 후에 항바이러스를 주입하고, 효과가 있으면 사람들을 착륙시키라고 말입니다.
'죽을 거면 너네만 죽어'라는 충격적인 댓글들을 본 비행기 내의 사람들에게도 혼란이 찾아옵니다. 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인데, 착륙 이후 치료를 받다가 바이러스가 퍼지기라도 하면 더 큰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심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기로 결정하며, 저마다 가족들에게 유언들을 남깁니다. 그 순간, 바이러스를 몸속에 투여시켰던 인호가 극적으로 살아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인호가 바이러스에서 회복되면서, 이제는 국가에서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연료가 전량 소진되어 글라이딩을 통해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재혁은 파일럿 시절 겪었던 사고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자신의 감을 믿고 착륙을 시도하여 성공하게 됩니다. 이후에 생존자들이 인호의 집에 모여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지만 단 한사람, 휠체어에서 아직 회복 중인 인호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급격한 몰입과 급격한 지루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비상선언>을 진석의 죽음 이전과 이후로 나누었을 때, 전반부는 최근 개봉한 영화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몰입감이 높지만 후반부의 허술한 개연성과 과도한 신파가 영화를 늘어지게 만들고 결국 영화 전반에 대한 평가를 좋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평가가 다수입니다.
하지만 특별관에 특화된 '비행'이라는 소재가 영화 전반에 존재하는 점이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을 때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DX 영화관에서 관람한다면 기내를 배경으로 하는 장면에서는 기류에 흔들리는 기체와 같이 의자가 계속 흔들리고 360도 추락장면에서는 실제로 추락하는 비행기와 같이 흔들리는 의자를 잡게 될 정도로 리얼한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나 <비상선언>을 관람할 계획을 세우고 계신 분이라면, 다양한 효과를 느낄 수 있는 4DX관에서 관람한다면, 후반부에서 느껴지는 단점을 상쇄하면서 전체적으로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