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라는 후광효과를 등에 업고 나타난 <헌트>]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긴 설명이 필요없는 배우가 된 이정재의 첫 연출작으로 유명한 <헌트>입니다. 평소 예능을 비롯한 TV에서 보기 힘든 이정재와 정우성이 영화 개봉 이전부터 얼굴을 안비추는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로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 홍보를 과도하게 진행하는 영화에 대한 불신이 있는데요, 경험상 과도한 홍보를 진행하는 영화는 실제로 관람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헌트>도 영화의 본질보다 주변 요소들의 후광효과가 너무 강해서 작품성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 마음이 있었는데요, 실제 관람 이후 관객들의 평가는 생각보다 아주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줄거리 - 두 남자의 끊임없는 의심, 그리고 엄청난 반전]
워싱턴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 준비를 하고 있는 '박평호(이정재)'. 그는 해외를 담당하는 안기부 1팀의 차장입니다. 그리고 5.18 민주화 운동이 벌어진 후 미국 내 한인들도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를 반대하는 시위가 한창이던 와중, 굳이 미국에 입국한 '김정도'(정우성). 김정도는 국내를 담당하는 안기부 2팀의 차장으로, 군인 출신힙니다. 박평호를 미국에서 보좌하고 있는 인물은 '방주경(전혜진)'. 그녀는 안기부 1팀 요원이고, 김정도의 충신은 '장철성(허성태)'. 그는 안기부 2팀의 요원입니다.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가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이내 외국인 출신의 저격수와 테러범들을 발견하고, 즉각 사살과 추격을 하는 박평호와 김정도. 예상치 못하게 살아남은 한 명의 테러범에게 박평호가 인질로 잡히자, 김정도는 고민 없이 범인을 사살합니다. 그렇게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취소되고 다음 행선지인 일본에서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인계하는 임무를 맡은 박평호. 촌각을 다투는 미션에서 안기부 동경지부 과장인 '양보성(정만식)'이 2중 임무를 맡아, 북한 고위 관리는 사살되고 박평호는 팀원 여럿을 잃은 채 한국으로 귀국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관리에게 '동림'이라는 북측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 양보성. 동림 덕분에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서 동림의 존재를 알게 된 박평호와 김정도는 첨예하게 대립하며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됩니다. 박평호는 양보성에게 또 다른 임무를 내려, 미션을 실패하게 만든 원인이자 그동안 뒷돈을 거하게 챙긴 국가안전기획부장인 '강부장(송영창)'을 자리에서 끌어내는데 성공하고, 새로 안기부에 관리자로 들어온 '안병기(김종수)'는 박평호와 김정도를 서로 의심하게 부추깁니다.
박평호의 무기는 군부 출신이자 군납업체 '목성사' 대표인 '최규상(유재명)'과의 커넥션. 김정도의 무기는 박평호가 지키고 있는 조총련으로 의심되는 대석 대학교 학생, '조유정(고윤정)'입니다. 조유정은 평호가 과거에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같이 임무를 수행하던 옛 동료 '조원식(이성민)'의 딸이다. 박평호는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에는 일절 관심이 없어보이는 조유정의 월세를 내주거나 그녀의 운동권 학생 대학 동기-선후배가 군인에게 붙잡혔을 때 빼돌려주는 일을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조유정이라는 카드를 놓치기 싫었던 김정도는, 그녀를 안기부에 끌고와 각종 고문을 벌이며 박평호가 동림이라는 사실을 실토하게 하려고 합니다. 박평호는 김정도와 최규상의 커넥션을 들먹이며 실제로 최규상을 잡아다 고문하고, 결국 누구도 피를 보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싸움을 하던 두 사람은 사실 동상이몽을 하던 처지입니다.
일본을 들락거리며 북한 고위 관리에게 정보를 얻었던 인물은 다름아닌 박평호였고, 김정도는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현장에서 죄없는 시민을 마구잡이로 죽이던 전두환 정권에 환멸을 느껴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안기부에 몸소 들어간 인물이었습니다.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두 남자의 실체가 드러나고 박평호의 진실을 알게된 방주경은 상사인 박평호의 손에 죽음을 맞게 되고, 24시간 동안 박차장의 뒤를 캐라고 김정도의 지시를 받은 장철성은 한국에 간첩으로 들어와 있는 '천보산(정경순)'이 이끄는 세력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북한에게 농락당하던 박평호를 안기부 요원들의 총으로 쓸어버린 김정도는 사태를 파악하고 장철성을 '동림'으로 몰아 사건을 일단락 짓습니다.
그리고 '1호(전두환 대통령)'의 태국 방문 일정에서 대통령을 암살한 뒤 한국을 침략할 '불꽃작전'을 짜고 있는 북한. 그 모든걸 알고 있던 '동림' 박평호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결국 전두환 대통령이 방콕에 도착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에 박평호가 달려나가 북한의 저격을 저지합니다. 박평호는 비록 북측이 한국에 심은 간첩이었지만 북한의 적화통일에 반대를 하던 인물. 박평호가 세운 차엔 대통령이 아닌 다른 고위 간부가 타고 있는 걸 확인하고 안심하지만, 진짜 대통령이 탄 차가 접견장에 들어서고 매복하고 있던 북한 간첩들이 총을 난사해 아수라장이 되어버립니다.
한편 박평호가 동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된 김정도는 그를 죽이지 않고 일단 살려둡니다. 전두환 대통령을 보자마자 5.18의 참극이 떠올라, 눈이 돌아가 버린 김정도는 아수라장 속에서 총을 들고 직접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태국 접견장을 폭탄으로 산산조각 내버린 '북한 간첩(오만석)'. 그는 같은 편인 박평호에게 입막음용으로 사살된 후, 최후의 힘을 짜내 폭탄 테러를 벌였습니다.
김정도는 가슴에 폭탄 파편을 맞아 전두환 대통령 암살을 눈 앞에서 놓치고, 죽어가는 김정도를 보는 박평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사건이 마무리 됩니다. 얼마 후, 여전히 안기부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박평호는 김정도의 아내를 연행하는 안기부 요원들을 말리고 김정도의 군번줄을 건네줍니다. 그리고 그가 가족처럼 여기고 있던 조유정을 찾아가 여권을 주려 하는데, 천보산과 함께 있던 북한의 간첩 손에 박평호가 사살되면서 영화 헌트는 결말을 맞게 됩니다.
['이정재' 딱지 떼고 봐도 잘 만들어진 수작]
배우의 입봉작이라는 점 때문에 작품성에 대한 기대치는 낮추고 관람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사실 그런 요소와 상관 없이 <헌트>는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기, 화려한 영상과 음향을 바탕으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이번 여름 함께 개봉한 대작 <한산>이나 <비상선언>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감상평도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과 허구의 상상을 결합하여 만든 영화다보니 배경지식 수준에 따라 몰입하는 데 혼란스러울 수 있는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영화 자체에만 집중하여 감상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수준입니다. 첫 입봉작부터 수준 높은 연출을 보여준 이정재 감독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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